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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sentence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중

... 물론 아주 사실적인 풍경화라든가 경치 좋은 곳을 찍어 놓은 그림엽서 같은 것을 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중국 미술가들은 옥외에 나가 소재를 직접 대하고 사생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특이한 명상과 정신 집중의 방식을 통해 예술을 습득했다. 그러한 명상과 정신 집중을 하는 가운데 직접 자연을 탐구해서가 아니라 유명한 대가들의 작품을 탐구함으로써 비로소 소나무, 바위 혹은 구름을 그리는 법을 배운다. 이러한 기술을 철저하게 습득한 후에라야 그들은 널리 유람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사색하고 그 분위기를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었다가 집에 돌아와 마치 시인이 산보중에 머리속에 떠오른 가지가지 이미지들을 짜맞추어 시를 짓듯이 소나무와 바위, 구름 등의 이미지를 한데 결합하여 그 분위기를 화면 위에 되살려 놓으려 했다.

이러한 중국 대가들의 야심은 영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을 동안에 머리속에 떠오른 것을 붓과 먹을 사용하여 단번에 화폭 위에 옮겨 놓을 수 있는 능란한 필치를 습득하는 것이었다. 때때로 그들은 같은 비단 화폭 위에 몇 줄의 시와 그림을 함께 쓰고 그려 놓았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그림에서 세세한 부분들을 살펴보고 현실 세계와 그것들을 비교하는 것은 유치한 짓이라고 여긴다. 그들은 오히려 그 속에서 미술가가 느낀 감흥의 시각적인 흔적을 찾아보려 한다. 도판 97과 같은 구름 사이로 어렴풋이 드러나보이는 산봉우리 등등만으로 이루어진 아주 대담한 필치의 작품은 우리로서는 감상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일단 우리 자신을 화가의 입장에 세워 놓고 이 장엄한 봉우리를 마주하고 그가 느꼈을 외경감을 우리도 같이 느껴 보려고 노력한다면 최소한 중국인들이 미술에 있어서 무엇을 가장 귀중하게 여겼는가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중

typed by Mr. も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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