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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2011.2.8

환자는 무사히 퇴원했고, 걱정했던 어머니의 눈도 생각보다 상태가 좋았다. 새로 돋보기 안경까지 맞추고 나서, 나의 임무는 끝이 났다.
어제오늘 휴가를 쓰기로 했던 터라, 지난 10여일간의 기사 겸 짐꾼 생활을 마무리하며, 오늘은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어머니를 지하철역에서 배웅한 후 학교 도서관에 가서 약간의 작업을 하다가, 저녁약속이 있어 6시 도서관이 문닫은 후 나와 가회동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막히지 않아 금세 도착했지만 주차가 마땅치 않아서 헤맸다. 결국 근처에서 일하는 이에게 SOS. 

그리고나서 간 곳이 곰초밥. 지인에게 듣고 기대가 컸는데, 자리가 있어서 다행이었고, 이후 20분 간격으로 모임멤버들이 등장. 후배와 둘이 먹기 시작해, 결국 셋이서 4인분에 우동 한그릇까지..
첨에 모자랄까봐 후에 온 선배를 위해 2인분을 더 주문했더니 그게 좀 과하긴 했지만, 듣던대로 꽤 훌륭했다.


내부는 이런 모양새.. 테이블이 달랑 두개여서.. 예약이 안되는 점이 불편하다면 불편하달까.
나름의 서비스정신도 있는 듯 하고.
다만 일본출장 다녀온 후배가, 나와 선배를 위해 사케를 풀겠다 하여 들고왔지만 마땅치가 않았다. 술을 안파는 집이어서.. 안된다고. 이래서 단골집이 있어야.. 
 
화제는 조만간 일본연수가는 선배 이야기와, 과거 한때 다함께 있었던 부서 이야기..
누구나 후임자에 대한 아쉬움은 있게 마련. 현재도 그 부서에 있는 후배는 이런저런 답답함을 토로했지만, 나로 말하면 그 부서를 떠난지 어언 2년이 다 되어가는데다(타부서 발령 소식을 들었던 직후, 적지 않이 실망했지만 그런 시절은 어느덧 훌쩍 사라지고), 지나고 보니 이제 후임자들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없고, 애초 희망을 갖지 않았던 터라 더 실망할 무엇도 없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특히나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사람의 애정과 열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질 또한 차이가 난다. 각기 다른 시대에 들어와, 일을 배웠고 그러다 보니 사람의 기질에 더해, 그네들이 일을 배우던 시절의 습성/적응방식이란 것 역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대로는 곤란하겠지...
그렇다고 외부인인. 한참 후배인 내가 감놔라 배놔라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사람이 바뀌고, 구성원이 바뀌면 언젠가 또 바뀌겠지.. 

 

어차피 사케는 틀렸고, 차도 갖고왔던 터라 좋은데 가서 차/커피나 마시자 하여, 부암동사무소 지나 DROP에 갔다. 유기농원두를 로스팅해서 드립해준다는 집. 전에 한참 대학원 선배한테 좋다고 들었던 곳인데, 한가하게 여기까지 와서 커피 마실 여유가 없었다. 


사실 이곳 분점이 학교 식당에 들어서 있다. 그곳에선 드립커피보다 베리에이션 커피가 대종. 깔끔하고 한가하고, 값도 싸고. 사실 오늘도 학교갔다가 카푸치노를 마셨다. 학교에선  카푸치노가 2500원. 이곳에선 5천원이더라.
드립커피류가 5000원인데, 1000원을 추가하면 다른 원두 드립 커피를 마실수 있었다. 
콜롬비아 유기농 커피였는데, 정말 단맛이 났다. 
그리고 나서 리필을 마실까 말까하다 시다모를 마셨더니.. 카페인이 과하긴 하다. 

바에 앉아서 드립하는 걸 보니, 그간 물코가 긴 드립용 주전자가 없기도 했지만, 내 드립은 정말 막장드립이었다. 케맥스 사길 잘했다. 그건 막 내려도 순하고 깔끔한 맛이 나니.

의식이나 예법을 따지자는 건 아닌데,  차든, 커피든  시간을 들여야, 정성스레 우려내야 깊은 맛이 나온다.
이건 음식이든, 작품이든, 글이든 마찬가지겠지.. 결국은 시간과, 자기와의 싸움인 것이다..

자기와의 싸움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말똥하던 정신이 이 글을 쓰다보니 점점 흐려진다. ㅠ.ㅠ
약속한 마감, 오늘은 꼭 해야하는데...

 

*project A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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