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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월의 마지막 밤

10여년전엔, 나도 10월의 마지막날이면 재즈뮤지션을 자처하는 친구를 따라 배리 매닐로우의 옛 노래를 들으며 하릴없이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냈는데....
언제부터인가 귀빠진 날이 특별한 날이 아니게 됐듯, 10월의 마지막 날 역시 새털같은 무수한 나날의 하루와 다를바 없다며, -사실 정확히는 앞으로 넘길 달력이 겨우 두장 뿐이라는 압박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날이 되어버렸다. 
 
이 밤 나는 <인생은 아름다워>의 종영을 아쉬워하면서, 동시에 싱크대 서랍 밑에 있던 생땅콩을 꺼내 볶고 (이상하게 손으로 하는 일이면 끝을 보는 오기가 발동해) 결국 땅콩껍질을 까서 600ml밀폐용기에 넣어뒀다. 

정작 정말 해야할 일, 글을 쓰는 일은 하지 않고, 원고는 팽개친 채.. 
찬바람이 이렇게 살짝 불때쯤이면 청국장과 신김치, 돼지고기, 두부를 넣어 엄마가 끓여주시던 청국장 찌개가 생각나서 아침에 끓였던 간단버전의 청국장찌개가 쉴까봐 걱정하여 한밤중 보글보글 다시 찌개를 끓이고 하루종일 쌓아둔 설거지를 했다.
해야할 일은 내팽개진 채, 책상정리와 책정리와 잡다한 일만 하다가.. 숙제가 하기 싫어 다른 일만 벌이는 어린 아이처럼 또 이렇게 귀중한, 황금같은 하루를, 주말을 흘려보낸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11월.
맘이 바쁘다. 
숙제 A와, 숙제 B, 역시 또 마감을 넘긴 숙제C까지.. 
좀 치열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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