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나른한 토요일

altiplano 2011. 1. 16. 02:33
벌써 올들어 두번째 주말. 
후배와 북악산 산책(등산이라 말하긴 그렇고)을 계획했다가, 평균기온 영하 20도라는 말에 결국 취소했다. 언젠가 영하 20도의 겨울 지리산에 오른 적도 있었지만, 그땐 불가피했으니까 어쩔 수 없이 갔고, 지리산처럼 공기맑은 명산도 아닌데 매캐한 서울 공기 맡으러 이 추운날 괜시리 고생을 자처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대신 도서관을 가기로 했는데, 이 계획을 전해들은  모 후배가 내게 '엄청 부지런하다'는  트위터 멘션을 보냈지만 참으로 무색하게도, 오후 2시 반 겨우 집을 나섰다. 그러나 날씨탓인지 차가 너무 밀려 결국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서대문부터 광화문까지 꽉 막힌 걸 보고 겨우 독립문-사직터널 지나 안국동 로타리까지 가는데만 30분이 걸렸다. 그러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화동까지 줄줄 밀려있는 행렬을 보니 더는  엄두가 나지 않아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주 내내 약속에 추위를 핑계로 헬스클럽 못간 걸 참회하며,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헬스클럽으로 직행. 토요일 오후 헬스클럽은 그야말로 한산하더라. 가서 드라마 재방송 보며 운동.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고 약간의 스트레칭을 해주고 돌아왔다.

운동후 돌아와 토요일 저녁 예능프로는 보지 않으므로, 대신 모처럼 93.1을 켜놓고 얼마전 집어든 마이클 샌델의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를 펼쳐들었다.  화제가 된 <Justice>가 공리주의와 자유주의 간의 상충, 로직의 문제를 다룬다면, 이 책은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해 비교적 우리에게도 널리 퍼진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데 BT기술에 의해 강화된 인간의 능력과 이로 인한 차별/차이의 문제, 판단의 문제 등을 논하는데 비교적 술술 넘어간다.

요즘 EBS에서 화제의 정의론 강의를 월~수에 방송하고 있고, 토요일 저녁에도 재방송을 한다. 팟캐스트에도 이미 무료로 공유된 자료지만, 조그만 아이팟 화면으로 보기란 쉽지 않은데 TV로 보니 훨씬 낫다.

기회가 될때마다 틀어놓고 있는데, 이미 철학 서적을 멀리한지 오래라 자막을 보지 않고서는 칸트나 벤담 등의 철학개념을 알아듣기도 쉽지 않고, 미국식의 토론 수업 방식도 익숙치가 않다.  특히나 절학은 로직의 문제라서 더더욱. 10여년전 교환학생시절, 그나마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들었던 수업들이 대개 문학 혹은 문화 일반의 개론 수업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방송을 보며 정말로 철학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미학 공부가 부족했던 것, 인정한다. 
공부할 것도 많고, 읽을 책도 많은데.. 해야할 숙제를 마치지 못해 느끼는 이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한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게, 도대체 책상 앞에 좌정하고 앉아 있을 수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오늘도 괴롭다, 로 끝나는 일기는 어서 그만 써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