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나의 후지노 선생..

altiplano 2011. 8. 15. 23:30
후배 최멍과 늦은 밤 이야길 나누다가, 은사님 이야기가 나왔다. 고교시절 뵙고 좋아한 은사님을 아직도 찾아간다는 이야기.. 

반면 나는 은사님을 찾아뵙지 못한지, 10여년이 지났다. 내가 정말 은사라 여기는 선생님이 한분 계신다.
내 10대~20대 내 옆에서 묵묵히 도와주신 분이었다.
대학 다닐 때, 교환학생 간다고, 마지막으로 학교로 찾아가 뵈었을 때 선생님은 당신이 보던 주석달린 옥스포드판 바이블을 내게 주셨다. 소중히 안고 머나먼 이국 땅에 가져갔다가 다시 갖고 돌아왔지만, 사실 지난 십여년간 제대로 펼쳐 읽어보지는 못했다. 


좀 더 훌륭한  사람이 되면, 내 인생에 대해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자신감이 섰을 때 찾아뵈리라 마음먹었는데, 어느덧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이런 이야길 하노라니 최멍 여사가 루쉰의 수필에 나오는 후지노 선생님이 생각난다고 했다. 

후지노 선생을 찾아서 읽어봤다. 기억은 못하만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라는 산문집에 실려있었으니 분명 읽었을 것이다. 의학 공부를 그만둔 루쉰에게 뒷면에 석별이라는 두 글자를 쓴 사진을 건내줬다는 후지노 선생은 분명, 나의 영어 선생님과 비슷한 면이 상당했다. 

부끄러웠다.. 

학교뿐 아니라 사회에서 만난, 나를 아껴주시던 선생님들에게, 아직도 제대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 인사보다 내가 바로 서서, 확신을 갖고 당당한 모습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일이 먼저라 생각하며 뵙는 일은 언젠가로 미루며, 실상은 안일하게 살아왔는데..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않고, 곁을 떠나시는 분들도 생긴다.
이제와서야, 그런 순간을 바란다는 것이 오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올해 남은 숙제를 끝낸 후에는, 나의 후지노 센세를 꼭 찾아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