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모처럼 J를 만났다. 지난 1월만나고 몇달만의 회동.
내게 현실감각을 깨우치는 몇안되는 지인. 좀더 현실을 직시하라고, 휴식의 시간을 갖고 치열하게 부딪히고 생각하고 쓰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조언. 너무 안전하게 가려고만 하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들..
10번은 노력해야 한다, 그때가서 안되면 정말 '안됨말구'정신으로.. 쿨해지라는..
사케 두 컵 나눠마시고, 맥주 한병 반을 마셨는데 취한다.
늦은밤 막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가로수길을 터벅터벅 걸어 육교를 지나며 고가도로 가로질러 도심으로 가는 택시를 보며,
이곳을 떠나면 늦은 밤 질주하는 차들이 내뱉던 소음, 밤을 지키는 편의점의 등불, 녹색 은행잎에 내리 쬐던 창백한 가로등 불빛을, 설마 그리워 할 때가 오려나? 싶었다.
이사견적 뽑고 있는데, 생각보다 견적이 많이 나와 놀랐는데. 아마도 큰 차이가 나진 않을듯하다.
이눔의 책들. 괜히 다 이고지고 있었나. 그런데 책장 몇 줄 비운다고 대세에 지장없단다. -_-
머리는 청빈을 지향하나 물욕이 많으니 이모양인가보다.
다 업보겠지 뭐. 전생에 짐부리리 싫다고 도망간 노비였던건가.
그래도 현실에선 도심의 오피스텔에 사는 멋진 차도녀 이미지를 마지막으로 누려보겠다며,
이사가기 전 주 오피스텔 옥상에서 소소한 치맥파티를 두 건 벌리기로 했다.
(어제 다이어트의 결실은.. ㅠ.ㅠ 저 멀리로.. )
이사하면 제발 필요없는 책, 내가 질 필요 없는 마음의 짐들은 모두 벗어던지고 오로지 자신만의 충일함을 위해 살겠다..